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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김려령「독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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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진실한 슬픔과 거짓된 쾌활함
 
검은 그림자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녔습니다. 어둠속으로 숨어도 보았지만, 그럴수록 더 짙은 모습으로 따라다녔습니다.(...) 우울증이라, 숨겨야 했습니다. - 212쪽
 
무엇이 우아한 거짓말이었을까, 이 책 어디를 보아도 이것이 ‘우아한 거짓말’ 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가면 우울증. 어쩌면 천지는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안으로 무너져 내리는, 안으론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주식은 완전히 폭락하기 전, 소폭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잇몸질환도, 처음에는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증상이 점점 심해지지만 아주 심각해져 신경이 다 죽으면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물론 그 지경이 되면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그 지경이 되면 성한 이가 거의 없다) 학교 폭력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초록 우산 어린이 재단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위해 우리 학교에 찾아왔다, 그때,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했는데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만 답하는 질문) ‘학교 폭력을 당할 때의 기분이 어떤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보기에는 a. 아무 느낌도 없다 b.무서웠다 c. 화났다 d.싫었다 같은 선택지가 주어져 있었다.(나는 무서웠다고 답했다.) 설문지를 걷고 나서 학교 폭력 예방 전단 강사는 ’사실 아무 느낌도 없는 것이 가장 무서운 거다. 너무 지독한 폭력 속에 무감각해진 것이기 떄문에‘ 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그 말을 잊지 못한다, 폭력 문제에 있어 하나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아마 천지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괜찮아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천지의 내상은 차가운 심리적 폭력의 서슬 속에 계속 덧나기만 했다, 천지는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곪아 터질 수밖에 없는 상처였다.
 
그래서 천지는, 겉으로는 웃지만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웃는 게 아닌’ 나날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면 우울증을 앓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어린 생명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에 ‘우아한’ 거짓말 같은 것은 없다. 너무나 아프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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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외면하지 말기
 
중3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기억 속의 들꽃>도 <우아한 거짓말>도 모두, 한결같이 속에는 아픈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피하려고 했다. 원하지 않는 아픔은, 그저 싫었다. 나는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픈 이야기들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아픔을 외면하면 모든 슬픈 이야기들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더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삶의 진실에, 내안의 감정에 눈감고 살 것인가? 언젠가는 삶 곳에서 마주하게 되고, 그 ‘진실’을 정면으로 들여다보아야 성장할 수 있다.
 
<우아한 거짓말> 속의 아픔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천지의 고통을 모른 체한다면, 우리도 그저 회피하고 방관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 진실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p226 작가의 말에서 “잘 지내니?”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나를 붙잡았던 말입니다. 늘 안부를 묻던 미오의 저 말이 없었다면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어린 생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우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저 평범한 안부 인사가 준비해두었던 두꺼운 *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입니다.
 
그냥 괜찮은지, 잘 지내는지, 따뜻하게 말 한마디 진심을 담아 묻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더 이상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 그리고 나 하나라도 아픔을 품고 있는 친구에서 말해주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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